인요가 가이드: 인요가 뿐만 아닌 ‘요가’에 대한 최적의 가이드
인요가의 인yin은 음양의 음陰이다. 그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여 조금 더 살펴보면 경혈에 대한 언급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동양의학, 도가의 접근법을 차용한 요가인 것이다. 프라나나 차크라 등의 주요 요가 개념들이 도가道家 수행법, 단학과 유사한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게 이렇게 접목이 가능할까? 국밥집도 사상도 원조를 따지는 나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제설혼합주의syncretism의 의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있다. 꽤 오래 전부터 가끔씩 요통에 시달리곤 해서 운동을 통한 치료법을 찾다가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튜어트 맥길에 대해 알게 됐다. 그의 주저를 구해서 그 유명한 맥길 빅3 운동에 대해서도 읽어보았는데 이론적으로도 탄탄해서 신뢰가 갔고 실제로 맥길 빅3로 덕도 많이 봤다. 그러자 맥길이 쓴 다른 책들에 대해서도 다 찾아보았는데 그 와중에 그가 요가 책에 서문을 썼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맥길은 사람들에게 요가를 권하지 않는다. 적어도 허리에 대해서만큼은 유연성보다는 몸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강직성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요가 책에 서문을 쓰다니 대체 무슨 책일까? 그게 바로 버니 클라크의 ‘Your Spine Your Yoga’였다.
책의 과학적인 접근법도 괜찮았지만 특히 저자의 이력이 눈에 띄었다. 캐나다 항공우주 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면서 요가를 해오다가 관련 책들도 쓰게 된 것. 나는 민간에서도 꾸준히 일을 하면서 학문이나 예술 활동을 한 사람들—문학에서 데이나 조이아나 음악에서 찰스 아이브스, 필립 글래스 등등—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는데 다층적으로 경험을 해봐야 세상의 베일을 잘 들춰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우물’만 판 사람들의 경험 폭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Your Spine, Your Yoga에서도 저자가 요가 자체의 내재적 접근법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해부학적, 과학적인 측면에서 요가를 분석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클라크는 인요가의 창시자는 아니지만 인요가의 유명한 입문서를 쓰면서 인요가 업계에서는 거의 창시자에 준하는 지위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가 쓴 인요가 입문서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는 인요가에 대한 선입견을 떨치고 특히 노년까지도 계속 할 수 있는 좋은 수련법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요가에 대한 저자의 접근법은 독특할 정도로 실용적인 측면이 있는데 전통적인 요가의 관점과 과학적 관점을 혼합하려고 하지 않고 각각의 관점에서 인요가의 장점을 따로 풀어낸다. 독자가 프라나니 차크라니 쿤달리니니 하는 개념에 전혀 동의하지 않더라도 인요가가 주는 장점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실용적인 관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인요가가 목표하는 부위가 일반적인 운동법에서 겨냥하는 ‘근육’이 아닌 인대, 건, 근막 등의 ‘결합조직’이라는 점이다. 근육 뿐만 아니라 이런 부위들도 적절한 자극을 통해 단련이 필요하고 인요가가 바로 그런 솔루션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중요하다고도 한다. (실제로 인요가 수련이 결합조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긴 할 것이다.)
한편으로 이 책은 그저 인요가 뿐만 아니라 요가 전반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요가의 역사나 이론에 대해서 궁금하다고 하면 무턱대고 바가바드 기타나 요가수트라부터 읽히는데 사실 현대 요가와는 별다른 연관도 없어 갸우뚱하면서도 다들 이유가 있어서 그러겠지 치부하기 일쑤다. 이 책은 요가의 역사에 대한 현대의 연구들도 짤막하게나마 소개하고 있어 좋은 출발점이 된다.
아쉬탕가 하면서 수리야나마스카라 해본 사람은 많겠지만 이것이 원래는 요가 전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동작이었고(인도 레슬러들이 하던 운동이라는 설도 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크리슈나마차리야를 통해) 아사나로 편입됐음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이런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데 우리가 접하고 있는 현대 요가가 적어도 파탄잘리가 요가수트라를 엮은 시기로 추정되는 3~4세기부터 지금까지 유구하게 이어져 온 전통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가 전통의 역사를 다룬 학술적 연구를 살펴보면 현대 요가는 그야말로 20세기의 산물이며 과거의 요가 전통과는 별다른 연관이 없고 애당초 ‘단일한 전통’이나 ‘진정한 요가’ 같은 것이란 존재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사실 이 책 자체는 그런 주장까지 하지는 않지만 책에서 거론하는 참고문헌들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학계에서는 이런 관점이 2010년대에 거의 확립되었는데 내가 이를 아직까지 몰랐다는 데에도 충격을 받았다. 이는 (서구 학자들 말을 들어보면 한국만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이 요가 마케팅과 힌두 내셔널리즘이 왜곡하고 창작한 서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 요가가 현대의 발명품이라면 거기에 단학이나 내단 수행의 접근법을 차용하지 못할 이유는 또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이 책 덕분에 근래의 요가 역사학 문헌들을 찾아 읽으면서 인도의 요가와 중국의 도가 수행법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면서 더더욱 그렇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 모든 사상은 ‘짬짜면’이 된다. 한편으론 장충동 족발골목처럼 우리 모두 ‘원조’인 것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Your Spine, Your Yoga’와 ‘인요가 가이드’ 모두 국내에 번역 출간돼 있다. 전자는 내가 번역본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인요가 가이드’는 원문 자체가 평이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번역본도 읽는 데 거슬리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다만 후반부 도가 접근법을 다룬 챕터에서 소주천小周天을 영어 직역(‘소우주’ 뭐시기)으로 옮긴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이다.)
